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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건설의 최신판례입니다.

대법원 2019. 6. 20 선고 2013다218156 전원합의체 판결 [소유권이전등기]

2020-01-03

 

판시사항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여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 명의로 등기를 한 경우,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그 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것이 민법 제746조의 불법원인급여를 이유로 금지되는지 여부(소극) 및 이는 농지법에 따른 제한을 회피하고자 명의신탁을 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인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다수의견]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 한다) 규정의 문언, 내용, 체계와 입법 목적 등을 종합하면,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 명의로 등기를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이 당연히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는 농지법에 따른 제한을 회피하고자 명의신탁을 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부동산실명법은 부동산 소유권을 실권리자에게 귀속시키는 것을 전제로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물권변동을 규율하고 있다.

첫째, 부동산실명법은 명의신탁약정(제4조 제1항)과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제4조 제2항 본문)을 무효라고 명시하고 있다.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 앞으로 등기를 하더라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것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신탁자로부터 명의수탁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가 이루어지는 등기명의신탁의 경우 부동산 소유권은 그 등기와 상관없이 명의신탁자에게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 결과 명의신탁자는 부동산 소유자로서 소유물방해배제청구권에 기초하여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그 등기의 말소를 청구할 수 있다.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에서는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물권변동의 무효는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명의신탁자가 소유자로서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를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그 말소등기절차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와 달리 명의신탁의 경우 부동산 소유권이 명의수탁자에게 귀속된다면, 제3자는 당연히 그 소유권을 기초로 한 권리를 취득할 수 있기 때문에 제4조 제3항의 제3자 보호 규정을 둘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담고 있는 부동산실명법 제4조는 부동산실명법의 기본골격을 이루는 규정이다. 이를 벗어나는 해석은 불합리한 결과를 피하기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만 허용할 수 있다.

둘째, 부동산실명법은 실권리자명의 등기의무를 위반한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위반행위 자체에 대한 제재로서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제5조 제1항 제1호)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지체 없이 명의신탁자의 명의로 등기할 의무를 지우며, 이를 위반할 경우 과징금 외에 이행강제금을 추가로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제6조). 이러한 이행강제금 제도는 명의신탁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주어 등기명의와 실체적 권리관계의 불일치 상태를 해소할 것을 간접적으로 강제함으로써 위법상태를 제거하고 부동산실명법의 실효성을 확보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다. 이행강제금 제도 역시 명의신탁자로 하여금 신탁부동산에 관한 등기를 회복하도록 명하는 것으로서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이 실권리자에게 귀속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② 부동산실명법을 제정한 입법자의 의사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실권리자에게 귀속시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부동산실명법 제정 당시 명의신탁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기 위하여 취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었다. 입법자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명의수탁자에게 귀속시키는 법률안이 아니라 명의신탁자에게 귀속시키는 법률안을 기초로 부동산실명법을 제정하였다. 국회에는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서는 명의신탁자에게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이 귀속된다고 보았던 판례를 바꾸는 내용의 법률안도 제출되어 있었으나, 이것은 채택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명의수탁자에게 귀속시킬 경우 발생할 혼란과 당사자들의 반발, 우리 사회의 일반적 법의식을 바탕으로 형성된 오랜 관행과 거래 실무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③ 명의신탁에 대하여 불법원인급여 규정을 적용한다면 재화 귀속에 관한 정의 관념에 반하는 불합리한 결과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판례의 태도나 부동산실명법 규정에도 합치되지 않는다.

뇌물제공 목적의 금전 교부 또는 성매매 관련 선불금 지급과 같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는 전형적인 사례에서는 급여자의 급부가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질서에 반하여 그 반환청구를 거부해야 한다는 데에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법원이 그 반환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관련 법규범의 목적에도 부합한다. 그러나 명의신탁자를 형사처벌하거나 명의신탁자에게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법률 규정에 따라 제재하는 것을 넘어, 부동산실명법에서 명의신탁을 금지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명의신탁자로부터 부동산에 관한 권리까지 박탈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법감정에 맞지 않는다.

민법 제746조 단서는 '불법원인이 수익자에게만 있는 때'에는 불법의 원인으로 급여한 재산이라 하더라도 급여자가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질서를 위반하는 법률행위에 관해 불법원인급여 규정이 적용되는 경우에도 수익자에게만 불법원인이 있다면, 수익자와 동일하게 급여자를 보호하지 않는 것은 법적 정의감에 반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수익자의 불법성이 급여자의 불법성보다 현저히 커서 급여자의 반환청구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공평과 신의칙에 반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746조 본문의 적용을 배제함으로써 급여자의 반환청구를 허용하고 있다. 이는 불법원인급여 제도 자체에 내재하고 있는 모순을 극복하는 방향으로 민법 제746조를 해석ㆍ적용한 것이다.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무효인 명의신탁등기가 불법원인급여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부동산실명법의 규정과 그 규범 목적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입법자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이 명의신탁자에게 귀속됨을 전제로 규정함으로써, 민법 제103조와 제746조의 관계를 부동산실명법 자체에서 명확하게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입법 체계에 비추어 볼 때 부동산실명법에서 금지한 명의신탁에 관하여 반사회적인지 아닌지를 구분하여 불법원인급여의 적용을 달리하려는 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④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되고,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헌법 제23조 제1항). 명의신탁을 금지하겠다는 목적만으로 부동산실명법에서 예정한 것 이상으로 명의신탁자의 신탁부동산에 대한 재산권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할 수는 없다.

만일 부동산실명법에서 명의신탁약정만을 무효로 하고 그에 따른 물권변동을 유효라고 정하였다면, 신탁부동산에 관한 권리가 언제나 명의수탁자에게 확정적으로 귀속되는 결과가 되어 명의신탁자는 그 부동산에 관한 권리를 상실하게 된다. 이러한 경우 명의신탁자는 자신의 재산을 직접적으로 박탈당하는 결과를 감수하여야 하므로 재산권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

⑤ 농지법에 따른 제한을 회피하고자 명의신탁을 한 사안이라고 해서 불법원인급여 규정의 적용 여부를 달리 판단할 이유는 없다.

단순한 행정명령에 불과한 농지법상의 처분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 행위가 강행법규에 위반된다고 단정할 수도 없거니와, 그 이유만으로 처분명령 회피의 목적으로 이루어진 급여를 불법원인급여라고 할 수도 없다.

 

부동산실명법과 농지법의 규율 내용, 제재수단의 정도와 방법 등을 고려하면, 부동산실명법 위반이 농지법 위반보다 위법성이 더 크다고 볼 수밖에 없다.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마친 명의신탁등기를 불법원인급여라고 인정할 수 없음은 위에서 본 바와 같다. 농지법상의 처분명령을 회피하는 방법으로 명의신탁약정을 한 경우처럼 명의신탁약정과 그보다 위법성이 약한 단순한 행정명령 불이행의 행위가 결합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이유만으로 불법원인급여 규정의 적용 여부를 달리 판단할 수는 없다.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김상환의 반대의견] (가) 민법 제746조에서 규정한 불법원인급여의 의미, 부동산실명법의 입법과정과 목적, 현재 우리 사회에서 명의신탁을 바라보는 일반인의 인식, 헌법상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 등을 종합하면,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에게 마친 등기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부동산 거래의 정상화와 부동산실명제의 정착을 바라는 시대 상황의 변화, 투명한 재산거래의 중요성과 부동산등기제도를 악용하는 반사회적 행위인 명의신탁을 방지할 필요성에 대하여 현재 형성되어 있는 사회 일반인의 인식 등에 비추어 보면, 이제는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에게 마친 등기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기에 충분한 법적 근거가 있다.

② 부동산실명법 제정 당시 입법자도 부동산실명법에서 금지한 명의신탁약정에 관하여 불법원인급여 제도가 적용되어 명의신탁자가 명의신탁 부동산에 관한 권리를 상실할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었다.

③ 부동산실명법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하도록 하고 이에 반하는 행위인 명의신탁약정을 금지하며 그에 따른 물권변동의 효력을 무효로 한다. 그럼에도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명의신탁약정을 하고 그에 따라 등기를 마쳐 무효인 경우에, 그것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여 명의신탁자가 명의신탁 부동산의 반환청구를 할 수 없는지는 민법 제746조가 규정한 요건에 따라 별도로 판단할 문제이다.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을 이유로 불법원인급여 제도의 적용을 배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④ 부동산실명법에서 과징금과 이행강제금 제도를 둔 것도 부동산실명법을 제정하면서 기존의 명의신탁자를 위한 유예기간을 두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명의신탁자 스스로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명의신탁 상태를 해소할 것을 간접적으로 강제하기 위한 것뿐이다. 이를 들어 명의신탁 부동산의 소유권을 실권리자에게 반드시 귀속시키는 것을 전제로 하였던 것이라거나 불법원인급여 제도의 적용을 배제하고자 하였던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⑤ 불법원인급여 제도의 적용을 긍정함으로써 명의신탁자가 명의신탁 부동산에 관한 권리를 상실하게 된다 하더라도, 이는 헌법과 법률에서 예정하고 있는 것으로 재산권의 본질적 침해라고 할 수 없다.

 

(나)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타인과 명의신탁약정을 체결하고 이에 따라 명의수탁자가 된 타인에게 명의신탁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다면, 이러한 명의신탁약정은 부동산실명법 제3조, 제4조 제1항에 따라 무효일 뿐만 아니라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이다. 이러한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마친 명의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746조의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명의신탁약정이 무효라고 하여 명의신탁 부동산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명의신탁 부동산의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 말소를 청구할 수도 없고,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청구하는 등의 방법으로 명의신탁 부동산의 반환을 청구할 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