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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침입강제추행죄 놓고 법조계 갑론을박… 법관들 “위헌 심판해달라”

2022-03-29

 

 ▲ 법무법인 YK 형사 전문 전형환 파트너 변호사







주거침입강제추행죄의 형량을 놓고 법조계 내부 잡음이 커지고 있다. 죄질보다 형량이 지나치게 높다는 재판부의 판단이 잇달아 나오면서 위헌청구 신청이 이어지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주거침입강제추행죄는 중범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징역형 이하의 형벌을 내릴 수 없다고 판단했지만, 일선 재판부에선 죄질을 참작해 형량을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헌법재판소(헌재)에 따르면 지난 2월 28일 기준 진행되고 있는 위헌법률 심판 75건 중 주거침입강제추행 관련 사건은 14건으로, 전체의 18.6%를 차지한다.





위헌청구의 주된 이유는 ‘비례성의 원칙 위반’이다. 강제추행과 강간은 형량 차이가 크지만, 주거침입강제추행은 강간보다 높은 형량을 책정하기 때문에 법관의 양형결정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주거침입죄는 3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돼 있다. 강제추행죄의 경우 사건마다 다르지만, 현행법상 10년 이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받는다. 그러나 두 가지를 합한 주거침입강제추행죄는 성폭력처벌법이 적용돼 무기징역이나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





서울중앙지법에 2021년 4월 말 접수된 한 주거침입강제추행 사건 역시 위헌청구제청 신청에 들어간 상태다. 재판부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강간과 강제추행은 죄질에서 차이가 있는데, 동일하게 처벌하는 것은 위법이기 때문에 위헌청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해당 사건은) 주거침입과 강간 및 강제추행의 결합범 형식이고, 모두 법정형인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한다. 강간과 강제추행은 죄질, 보호법익에서 매우 큰 차이가 있지만, 동일한 법정형으로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 이미 강간, 강제추행을 구별해 법정형을 차등규정하고 있으므로, (주거침입강제추행죄 역시) 차등 입법이 가능하다. (더불어)집행유예가 불가능해 법관의 양형결정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주거침입강제추행죄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고 보는 법조계 시선도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집안 내부로 침입하는 것뿐 아니라 공용현관이나 계단에 들어와도 주거침입이 인정된다.





이 때문에 서울 한 지방법원에서도 역시 판사들이 형량에 대해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길을 가던 피해자를 따라 대문 앞까지 들어가 주거침입강제추행죄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 A씨에 대해 지난해 11월 징역 3년 7개월을 선고한 바 있다. A씨는 피해자에 대한 지속적인 스토킹을 한 것은 아니었으며, 사건 당일 길에서 본 피해자를 대문까지 따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피해자의 집 대문 안쪽에 손을 뻗었지만, 집 내부로 들어가는 데에는 실패했다.





한 재경지법 판사는 “주거침입강제추행은 더 심각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어 높은 형량을 내린다. 하지만 선고까지 재판부가 고심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법조계 역시 주거침입강제추행죄에 대해 위헌 요소가 있다고 말한다. 하진규 법무법인 파운더스 변호사는 “주거침입강제추행의 경우는 징역형만 선고할 수 있고, 하한선이 7년이다 보니 다른 형과의 균형을 봤을 때는 무겁다고 볼 수 있다. 주거지를 침입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좋지 않지만, 주거침입과 강제추행의 개념 범위가 넓고 추상적이라 선고에 있어서 균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형환 법무법인YK 변호사 역시 “현재 주거침입강제추행죄 형량의 가장 큰 문제는 ‘강간’과 ‘강제추행’을 같은 범위에 놓고 있다는 것이다. 현행법으로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감경이 어렵다. 살인죄가 징역 5년 이상부터 시작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 높은 형량을 내리는 셈”이라고 말했다.